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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가을호 / 피플앤피플 / 정승원 페이스북 NEW Faculty Fellow

작성자
김민경
조회수
2365
작성일
2015-10-05
첨부파일
 
포스텍 출발, 스탠포드대를 거쳐,
영국으로의 꿈을 향한 대륙 횡단기



[글 / 조세은(산업경영공학과 14학번, 알리미 20기)]


사람들은 흔히 포스텍을 졸업하면 대다수가 이공학 계열로 진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 이 편견을 완전히 깨줄 자랑스러운 포스테키안이 있다. 바로 정승원 동문(전자전기공학과 98학번). 정승원 선배는 포스텍 개교 이래 최초로 3개 학과(전자전기공학과, 수학과,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산업경영공학과를 부전공했다. 게다가 원 소속인 전자전기공학과를 과 수석으로 졸업했다. 포스텍 수학과 석사학위를 받고는 미 스탠포드대 경영공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경제학과, 통계학과 석사학위도 받았으며, 내년부터는 영국 Bristol대 경제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현재는 Facebook 본사에서 우수한 신규 임용 교수에게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new faculty fellow로 재직 중이다. 한국인으로는 최초이다.



/ 만난 사람 / 정승원 페이스북 NEW Faculty Fellow, 영 브리스틀대 교수 임용 예정, 전자전기공학과 98학번

 
포스텍 최초 3개 학과 복수전공 기록

하나의 전공도 제대로 해내기 힘들어 하는 포스텍에서 3개의 과를 복수전공 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공을 3개씩이나 이수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원래 관심이 많던 컴퓨터공학과와 수학과의 수업을 하나씩 듣다 보니 자연스레 3개의 과를 복수전공하게 되었네요. 복수전공 그 자체가 목표였다기보다는 다양한 과외 활동을 하면서도 공부에 소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준 자극제였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연관성이 큰 전공들이다 보니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요. 그러나 뚜렷한 필요성이 없는데 복수전공을 하는 것 보다는 자신있는 한 분야를 깊게 공부하는 것을 더 추천하고 싶네요.” 학문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복수전공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배움을 향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 이후의 이력은 더욱 놀랍다. 학부 때 배운 것과는 동떨어진 경제학으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경제학이란 학문을 시작한 운명적이라고 할 만한 계기는 사실 없었습니다. 전공을 여러 개 했었기 때문에 유학올 때 학과 선정에 고민이 많았고, 결국 다양한 진로가 열려 있는 스탠포드대 경영공학과(Management Sci & Eng) 박사과정의 ‘Economics and Finance track’을 선택했습니다. 그 중에서 금융공학을 선택했던 건 경제적으로 성공하여 후에 재단을 설립해서 사회에 공헌하자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금융공학은 제 적성에 정말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좀 더 폭넓은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던 와중에, 이전에 공부했던 것과 비슷한 계량경제를 하시는 경제학과 교수님의 공동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처음했던 일이 옥션에 대한 계량경제 논문을 도와드린 일이었고, 결국 제 졸업논문이 옥션에 대한 연구가 되었으니 나름 운명이라 할 수 있겠네요.”


꿈을 향한 도전 : 공학도가 경제학자로

겉으로는 순탄하게 성공적인 경제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선배님에게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대 출신으로서 경제학의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험난한 과정이다. “사실 경제학 박사과정 입학생 중에는 학부가 경제학 전공이 아닌 경우도 많고, 경제학이 수학을 많이 쓰는 분야라 학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이수하지 않으면 경제학 교수가 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명문대 경제학과 출신도 교수가 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교수를 뽑는 학교 측에서도 굳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과 출신까지 고려해야할 이유가 없는거죠. 그런 사실을 알고 다시 경제학 박사과정에 진학할까 고민한 적도 있었죠.” 더욱이 당시 고민을 하던 시점이 보통 6년 정도가 소요되는 박사과정 중 이미 4년을 마치게 되는 시기였다고 한다. “결국 비 경제학과 출신도 경제학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다짐하고 스탠포드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세부전공은 바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업도 좀 더 듣고 논문도 읽으면서 계량경제를 넘어서 옥션 자체가 참 재미있게 느껴져 옥션과 매칭을 주요 응용분야로 포함하는 마켓디자인을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마켓디자인은 컴퓨터공학이나 산업경영공학에서도 많이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제가 기존에 했던 배경지식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였어요. 왜 진작 이런 분야를 알지 못했을까 아쉬울 정도로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였습니다. 그렇게 세부전공을 변경한 후에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때론 힘들어서 그냥 적당히 졸업하고 회사를 갈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러다 경제학입문 과목 조교를 했던 것이 교육과 연구에 대한 저의 열정을 다시 불태워줬습니다. 이런 똑똑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도 하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년 동안 연구에만 매진했고, 기존의 경제학적 접근과는 상당히 다른 제 논문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어 경제학 교수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비 경제학과 출신인 한국인이 해외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된 것은 선배님이 처음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만큼,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배님은 힘들었던 시절을 이야기하면서도, 무엇이든 처음이 되어 개척해 나가는 것은 힘들지만 아주 멋진 일이라고 말하셨다. 인생에서 실패를 겪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기죽지 말고 그 실수에서 배워나가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결국엔 실패를 딛고 성공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15년 7월 컴퓨터공학과 리더십프로그램 참여 / 교수, 재학생 페이스북 본사 견학 때 모습


두려워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많은 분야에 도전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한 선배님께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렸다. “우선 진부한 답변일지 모르겠지만, 남들이 원하는 것 말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일을 해볼 수 없으니 사실 당연한 거죠. 그리고 모든 일들이 처음 어느 정도까지는 쉽고 재미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일이든 제대로 잘하긴 쉽지 않죠. 그러니 꽤 재미있는 일을 찾았다면 그보다 재미있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기보단 그 일을 먼저 한번 죽을 힘을 다해 해보길 바랍니다. 또한 한번 진로를 정하면 그 일을 평생 해야하나 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가는 추세라,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결국 처음과는 상당히 다른 일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럴 때 무슨 일이든 하나라도 깊게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분명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그 선택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리는 자신의 ‘장래희망’을 생각하며 자라오기는 했다. 하지만 장래희망을 정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던 어렸을 때와는 달리,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이 길이 아니면 어떡하지?’ ‘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이러한 생각들이 그것에 도전조차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주저하지 말고, 누구보다 노력하여 그 자리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선배님의 모습을 바라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길이 진정 자신의 길이 아니더라도, 길을 걷는 와중에 다른 길을 찾는다면 그 때 돌아가면 된다.”  선배님의 발자취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었다.

마지막으로 물어본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교수로서의 기본 임무에 충실함은 물론이거니와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교육을 통한 사회 공헌을 실천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모교인 포스텍에 돌아와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것과 여건이 된다면 문화교육재단도 설립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많은 것을 이룬 것처럼 보이는 지금도 언젠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전혀 다른 분야도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치셨다. 이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 앞으로 다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정승원 선배.
느릴 뿐이지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정승원 선배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 믿음으로 언제나 기대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시는 선배님의 모습에서 나 스스로도 포스테키안으로서의 긍지를 드높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