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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가을호 / 알리미가 만난 사람 / 의대 나온 애니메이터, 김재형

작성자
이정훈
조회수
47
작성일
2017-10-19
첨부파일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상장르는 무엇일까? 바로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업’, ‘토이스토리 3’, ‘카 2’, ‘메리다와 마법의 숲’, ‘인사이드 아웃’ 등과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제작에 참여한 한국인이 있었으니, 바로 ‘애니메이터’ 김재형 선생님이다. 그런데 김재형 선생님의 이력에는 특이점이 있다. 한국에서 김재형 선생님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수학했다. 이러한 결정은 특히, 한국에서는 드물 수밖에 없다. 어떤 과정을 거쳐 애니메이터가 되었는지, 또 애니메이터로서의 삶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직접 메일을 보냈다.



의대생에서 애니메이터가 되기까지

대한민국 이공계 학생들이라면 의대는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의대와 흥미있는 화학과 사이에서 고민했다. 김재형 선생님께서는 심지어 레지던트 1년차이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접으셨다. 선생님께서는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하였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되는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예과를 마치고 의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제게 맞는 길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이 직업의 안정성을 따지기보다는 ‘앞으로 오랫동안 이 일을 좋아하면서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졌던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일을 잘 해내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사’라는 직업을 좋아해서 하지 않으면 잘 해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오랫동안 일을 하느니 차라리 신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자고 결심했어요. 애니메이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온 건 아니었어요. 단순히 다른 일을 배워보고 시작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애니메이션 기술이 사용된 콘텐츠를 자주 접하면서 자라왔지만 어려서부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애니메이션 제작을 공부하면서, 캐릭터를 살아있게 만드는 일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애니메이터란 직업을 선택했어요.”  


새 직업 ‘애니메이터’로서의 삶

새 직업을 가지는 것만큼 삶에 있어서 어색한 일은 없을 것 같다. 몸에 배어 있는 습관도 바꾸어야 하고 새로운 작업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터라는 새 직업으로 성공하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 또, 어떻게 극복하셨을까?

“글쎄요,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해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미국에서의 유학생활, 그리고 직장에서 일을 할 때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저 스스로를 바꾸는 일이었어요. 애니메이터란 직업을 갖고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나’를 바꾸어야 했었거든요.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캐릭터들의 감정이나 행동 등의 연기를 직접 짜야 하는데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면 굉장히 어색하고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제가 원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극복하려고 했어요. ‘연기(Acting)’와 관련된 수업을 필수 학점 이상으로 더 찾아서 수강한다던지, 사람들에게 무언가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인다던지 하는 노력들을 했어요. 이에 더하여, 원래 타고난 성격 자체를 바꿔보려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직업에서 보람을 찾지 못한다면,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픽사’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히트작을 내놓기 위해서는 김재형 선생님 또한 수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다. 김재형 선생님께서는 애니메이터로서 어떤 행복을 느끼면서 작업하고 계신 걸까?

“평소에 애니메이션 제작 작업을 할 때도 행복하지만, 완성된 애니메이션을 내놓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데요, 영화 ‘업(UP)’을 완성하고 난 뒤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을 때입니다. 영화관 앞줄에 앉아 계시던 노부부께서 영화 상영 내내 울고 웃으시는 걸 봤어요. 그 때가 애니메이터로서 가장 뿌듯했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묻더군요, 늦은 나이에 직업을 바꾸는 것이 힘들었거나 후회되지 않았냐고요. 나이 때문에 또는 직업을 그만 둔 것 때문에 후회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학창시절, 입시 공부만 하느라 조금 더 일찍 제가 해볼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고 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죠. 입시 공부 때문에 여유가 없어 많이 힘들겠지만, 가끔은 공부를 멈추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무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그 일에 대한 가치나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도전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해요. 그리고 꼭 그 꿈을 이뤄서 다양한 분야의 최고가 되길 바랍니다.”




글_
이호준 화학과 16학번(알리미 2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