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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가을호 / 세상 찾기 Ⅰ / POSTECH 인턴십 프로그램 SES

작성자
이정훈
조회수
88
작성일
2017-10-18
첨부파일
"너는 꿈이 뭐니?" 솔직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이는 중고등학생부터 졸업을 앞둔 대학생, 직장인, 어쩌면 할머니, 할아버지조차도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나의 꿈이 무엇인지 말하려면 우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경험'이다. 포스텍에 입학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제, 실험, 퀴즈 그리고 시험에 시달린다. 공부는 정말 열심히 하지만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없다. 또한 앞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떠한 일을 하게 될지 체험할 기회도 마땅치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텍에는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 'SES(Summer Experience in Society)'을 운영하고 있다.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워크숍 단체사진

나는 SES 프로그램이 도입된 첫 해에 지원을 했다. 사실 그 해 봄에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여름방학 동안 서울에서 여자 친구와 만나겠다는 큰 그림 아래 인턴십에 지원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고려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나를 뽑아주었다.(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한 상태였는데, 가장 늦게 지원한 내가 뽑힌 건 기적이었다.) 나는 KIST의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로 배치를 받았고, 그 곳에서 8주 동안 인턴 생활을 하였다.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사람들과 함께 (같은 실험실에 있던 누나의 생일을 축하하며 찍은 사진)

인턴 첫 날, 조소혜 박사님, 한준수 박사님께서는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박사님의 설명은 굉장히 간단했다. 왜냐하면 실험 장치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조 박사님께서는 실험 장치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고자 기계공학과 학생인 나를 뽑았다고 말씀하셨다.(여자친구와의 서울 라이프를 선물해 주셔서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눈앞이 깜깜했다.) 그렇게 인턴 첫날부터 나는 실험장치 제작을 위한 재료를 주문하고 실험에 대해 박사님들과 회의를 하였다. 그 후, 한동안 그게 나의 일상이 되었다.

1주, 2주, 3주…. 시간은 빠르게 갔다. 그리고 다소 조잡했지만 실험샘플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 프로토타입이 완성되기까지 한준수 박사님과 오랜 시간 작업하였는데, 박사님으로부터 연구실 생활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사실 박사님 밑에서 고생하는 형, 누나들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우리 학교 대학원을 기웃거리면서 선배들이 겪는 일들을 어깨 너머로 들었던 나에게 대학으로부터 독립된 연구소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여름방학동안 사회에서 겪은 '경험'이었다.


CdSe(Red)로 오염된 실험도구


CdSe(Green)로 오염된 실험도구(CdSe라는 QD는 자외선을 비추면 특정한 파장의 가시광선을 방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연구소의 일상은 쉽지 않았다. 뜨거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옥상에서 실험 장치를 만들고 박사님들과 매일같이 회의를 했다. 형, 누나들은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졌고, 나는 장치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자랑하곤 했다. 연구실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일상생활 속 사소한 고민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털어놓게 되었다. 그런 대화를 나눌수록 8주라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질만큼 KIST 사람들과 더욱 친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험 장치는 조금씩 발전했고 그만큼 실험샘플도 많이 얻었다. 그리고 생명과학 책에서나 봤던 TEM(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을 통해 샘플을 관찰하였다. KIST에는 TEM만 전문적으로 다루시는 분이 있는데 그 손놀림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실험기구 하나만 잘 다뤄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화면을 통해 샘플의 모습을 관찰했는데 샘플 입자의 크기가 조금 컸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학부생 3학년이 실험 장치를 만들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실험 결과가 성공적이어서 너무나도 기뻤다.


Spray drying 장치

실험 결과가 나오고 인턴 기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워크숍을 준비했다. 대부분의 준비를 내가 했는데,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숙소부터 식당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알아보고 준비했다. 형, 누나들의 요구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레포츠도 일정에 추가했다.(이 때만 해도 나는 워크숍에 가지 않을 줄 알고 가장 긴 코스의 래프팅을 예약했다.) 준비가 끝난 후, 박사님께서 나에게 같이 워크숍을 가자고 제안하셨고 나는 태어난 이래 가장 긴 시간의 래프팅을 체험하였다. 워크숍에서 래프팅도 하고 고기도 먹으면서 KIST 사람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이처럼 SES프로그램은 사회에서의 경험을 쌓게 해주었다. 나는 2016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도 형, 누나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또한 내가 하드웨어 설계, 실험장치 설계 등에 흥미를 느낀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었고 미래에 내가 지낼 연구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알 수 있었다. 이번 여름에도 많은 학생들이 SES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예비 포스테키안들 역시 입학한 이후 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글_
박준호 기계공학과 14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