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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가을호 / 복면과학 / 전자공학자이자 할리우드 3대 미인, 헤디 라마르

작성자
이정훈
조회수
41
작성일
2017-10-18
첨부파일

영화 <알지에>, <삼손과 델릴라> 등, 1940년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로 손꼽히며 수많은 히트작을 연기한 배우이자 동시에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의 근간이 되는 주파수 호핑 기술을 발명한 전자공학자인 여성이 있다. 배우와 과학자, 동떨어진 영역 둘 다에서 성공한 인물의 일생을 함께 살펴보자.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태어난 그녀는 성공한 은행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빼어난 외모를 자랑한 그녀는 10대부터 독일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전자공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33년 무기제조업자 프리드리히 만들(Fredrich Mandl)과의 결혼이었다. 매우 완고하고 가부장적이었던 만들은 부인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막고자 그녀를 과학자들이나 기업인의 모임에 데려가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남편이 주선한 과학자들과의 모임에서 수학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여러 무기 기술 정보를 접하며 전자공학에 대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다. 그러다 1937년, 남편 만들의 집착과 나치와의 협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그녀는 집으로부터의 탈출을 결심한다. 하녀로 변장한 뒤 성을 빠져나온 그녀는 파리, 런던을 거쳐 할리우드에 도착한다.


할리우드에 도착한 그녀는 곧바로 여러 영화와 <지그펠트 걸> 같은 호화 뮤지컬에 출연하며 배우로 자리 잡았다. 이 곳에서 그녀는 영화 음악 작곡가이자 발명가인 조지 앤틸(George Antheil)을 만나는데, 앤틸과 함께 그녀는 주파수 도약확산 스펙트럼(FHSS : frequency hopping spread system)을 고안해낸다. 1939년 당시 발발한 제 2차 세계대전에서는 원격조종 어뢰가 주로 사용되었는데, 무선 주파수로 제어되었기 때문에 적에게 차단되거나 교란될 수 있었다. 조지 앤틸은 여러 악기의 소리를 제어하는 방식에서 착안해 주파수를 연구했고, 앤틸과 함께 그녀는 주파수의 스펙트럼을 흩뜨려 송수신자 외에는 들키지 않게 하는 개념을 고안해 낸다. 즉, 무작위로 동기화된 주파수 신호가 오가면서 제어 신호를 보내도록 제어 신호를 보내도록 한 것이다.


FHSS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면, 송신자는 수신자와 공유하는 pseudo-random 시퀀스의 순서대로, 특정 대역 안의 범위에서 주파수를 바꾼다(호핑한다). 짧은 단위의 데이터가 설정된 대역 채널로 전송되면, 송신기는 다음 데이터를 위해 시퀀스의 다음 주파수 대역으로 튜닝된다. 보통의 시스템에서 송신기는 초당 두 번 이상 새 주파수로 전환되고, 어떠한 채널도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으며,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송신기가 한 채널에 존재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도청 및 통신 장애에 매우 유리하게 된다. 두 사람이 함께 발명한 초기 형태의 FHSS는 88개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주파수 호핑을 위해 피아노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비밀 통신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특허등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 기술은 실제로는 군에 채택되지 않아 한동안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1950년대에 이르러 통신 기업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와이파이, 블루투스, CDMA 기술의 밑바탕이 되는데 활용되었다. 배우이자 전자공학자, 둘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그녀의 이름은 바로 헤디 라마르, 또는 헤드비히 에바 마리아 카슬러이다. (헤디 라마르라는 예명으로 더욱 유명하다.)

놀랍게도 헤디 라마르는 어느 곳에서도 과학 및 공학에 대한 정규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비행기 날개 모양부터 비밀 통신 시스템까지, 그녀의 발명은 오롯이 독학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주파수 호핑 기술 역시도 첫 남편인 만들로부터 얻은 무기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여성으로서의 차별과 독학이라는 어려움을 딛고도 이런 눈부신 업적을 이루어낸 그녀가 만약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더라면 또 어떤 발명을 이루어 냈을지 궁금하다.



글_이예원 신소재공학과 17학번
(알리미 23기)